Before N - 티뷰론 #2

  • Before N - 티뷰론 #2

    도전의 아이콘

근육질로 다듬어진 본격 스포츠카, 티뷰론 살펴보기 1편을 통해 ‘상어’라는 이름에 걸맞은 공격적인 디자인과 한층 향상된 성능, 그리고 WRC에서의 놀라운 활약상을 다뤘습니다.
이번 2편에서는 당시 티뷰론에 얽힌 흥미로운 스토리를 들려줄 티뷰론 담당자와 티뷰론을 통해 어린 시절 꿈을 이뤘다고 말하는 젊은 고객들을 만났습니다. 티뷰론의 가치를 한층 높인 스페셜 에디션 이야기도 함께 담았습니다.

티뷰론 1편 다시 보기

바로가기

“티뷰론은 비범한 소수의 의견을 듣게 해준 스포츠카입니다.”
- 전 티뷰론 상품 담당자, 현대자동차 류주하 부장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현대자동차 반포지점장을 맡고 있는 류주하입니다. 당시 국내상품팀에 근무하면서 코드 네임 J2의 상품 운영을 담당했습니다. J2는 세단과 왜건, 쿠페 세 종류로 나뉘어져 있었고, 그중 쿠페 모델이 바로 티뷰론이었습니다. 후에 티뷰론은 ‘RD’라는 신규 코드 네임이 부여되었고, 1996년 4월 정식 출시되었습니다. 티뷰론을 담당하며 겪었던 일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차명에 관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처음엔 국내 차명과 해외 차명을 다르게 할 생각이었습니다. 해외 차명은 외국인이 쉽게 발음할 수 있다는 이유로 ‘티뷰론’이 선정되었고, 국내 차명으로는 ‘엘리온’, ‘사이언’ 등이 후보군에 오른 상황이었습니다. 수많은 논의 끝에 차량의 디자인이나 성능이 상어의 이미지와 적합하다고 판단하여, 국내 차명도 티뷰론을 함께 사용하는 것으로 결정됐죠. 출시 초기엔 상어 이미지를 적극 강조하기 위해 티뷰론 단어 앞뒤로 상어가 연상되는 그림을 그려 넣었습니다.

스쿠프에 이어 티뷰론이 출시되었을 때 고객의 반응이 어땠나요?

그야말로 폭발적이었습니다. 출시하자마자 첫 달에 4,000대가 계약되어 생산물량을 대폭 조정해야만 했죠. 당시 고객들은 컴팩트한 차체에 중형차 이상에만 적용되던 2.0리터 엔진이 탑재되어 뛰어난 동력성능을 발휘한 점, 그리고 현대자동차 최초의 컨셉트카였던 HCD-1, HCD-2의 이미지를 그대로 담아 강하고 날렵한 디자인을 최고로 손꼽았습니다.

티뷰론은 유독 매니아 고객이 많았는데, 그들과는 어떻게 소통하였나요?

스쿠프가 국내 자동차 동호회 형성에 기여했다면, 티뷰론은 동호회를 활성화시킨 장본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티뷰론 동호회로는 하이텔에서 시작된 TOG(Tiburon Owner Group)가 있었지요. 티뷰론 출시 후, 고객들의 분위기를 살피자는 생각에 동호회 모임에 참석했다가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회원들이 자동차를 이해하는 수준이 월등히 높았기 때문에, 오히려 배우게 된 부분이 많았어요. 이 일을 계기로 동호회 회원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적극적으로 마련했습니다. 퇴근 이후 모임에 참여해서 새벽까지 함께 드라이빙 하는 것은 기본이었죠. 다음날 출근하면 졸린 눈을 비비며 전날 들은 다양한 고객 의견을 문서화하여 본사와 연구소에 보고하였지요. (웃음) 시승차가 생길 때마다 소규모 시승회를 진행했고, 모임 장소 선정이 어려울 때에는 본사 회의실을 빌려서 교류할 수 있도록 배려했지요. 티뷰론을 통해 고객들의 생생한 목소리가 회사에 본격적으로 전달되었고, 이는 후속 모델인 투스카니 개발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봅니다. 고배기량 2.7리터 엔진이나 6단 수동변속기 탑재 같은 부분 말이죠.

티뷰론을 담당했을 당시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티뷰론 TGX 모델에 장착되던 대형 리어 스포일러의 개선을 위해 동분서주했던 일이 생각납니다. 당시 TGX 출시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고속 주행 시 리어 스포일러가 심하게 진동하는 이슈가 발생했습니다. 개선 방안 마련이 시급했어요. 마침 제가 국내상품팀으로 오기 전 금형 담당 부서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문제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이 개선안을 갖고 울산 공장에 여러 번 찾아가 작업 방안을 논의했고, 회의를 하다가 서울행 비행기를 놓친 적도 부지기수였죠. 노력 끝에 결국 이상 없이 모델을 출시할 수 있었습니다.

현대자동차에게 티뷰론이란?

한마디로 ‘도전’이라 표현하고 싶습니다. 티뷰론 출시 전, 현대자동차에는 대중성을 고려한 라인업만 존재했습니다. 빠르게 성장하는 회사로써, 더 많은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대중적인 차량에 집중해온 것이지요. 하지만 티뷰론은 달랐습니다. 소수인 자동차 매니아들을 위해 탄생한 차량이었기에, 철저하게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더 크게 응답하려 했습니다. 수준 높은 매니아들이 만족할만한 성능 구현을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였고, 티뷰론 TGX나 스페셜 모델 등을 통해 이를 증명했습니다. 티뷰론은 현대자동차가 한층 경쟁력 있는 자동차 회사로 거듭나는데 일조한 모델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선보일 현대 N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2004년 10월로 기억합니다. 당시 사내 상품전략회의에서 고성능 차량의 개발이 필요하다는 발표를 한 적이 있습니다. 판매량 중심의 양적 성장뿐 아니라, 새로운 고객 수요를 창출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질적 성장을 위해서는 고성능 자동차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치열하게 고민하며 밤새 자료 준비했던 기억이 생생하네요. 당시 고성능 차량 개발을 위해서는 좀 더 역량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이 났고, 그 이후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히 준비해온 것으로 알고 있어요. 이처럼 오랜 시간을 준비한 끝에 탄생한 N은 현대자동차 전체의 주행 성능을 한층 끌어올리는 한편, 새로운 이미지를 불어넣는 활력소가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티뷰론을 타는 것은 어린 시절 꿈을 이룬 것과 같습니다.”
-현 티뷰론 오너 김웅겸 & 최빛남

김웅겸 님과 최빛남 님은 두 가지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첫 번째로는 아직 20대로 젊다는 것, 두 번째로는 자신의 나이와 비슷한 티뷰론을 소유한 오너라는 것입니다. 두 분에게 티뷰론은 어린 시절 동경의 대상이었고, 자동차에 대한 꿈과 열정을 갖게 만든 존재입니다. 이는 자연스럽게 자동차와 관련된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티뷰론과의 인연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궁금합니다.

김웅겸 (이하 김): 어린 시절, 티뷰론은 제게 연예인 같은 존재였습니다. 광고를 볼 때마다 설레고, 가끔씩 길에 다니는 티뷰론을 보는 날엔 잠을 못 이뤘어요. 마치 사랑에 빠진 것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티뷰론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더욱 커져만 갔습니다. 어른이 되면 꼭 갖고 말겠다고 마음먹었죠.

최빛남 (이하 최): 저도 비슷합니다. 어린 시절, 우연히 하늘색 티뷰론 스페셜을 길에서 마주치고 한눈에 반했어요. 당시 유명 아이돌이 타고 다닌다고 유명했던, ‘포카리’라는 애칭으로 불리던 차였죠. 이날 이후 꼭 티뷰론 스페셜을 사겠다는 목표가 생겼고, 자동차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럽게 생겼습니다.

지금 갖고 계신 티뷰론에 대해 자세히 소개해주세요.

김: 제 차는 티뷰론 TGX입니다. 촘촘한 기어비로 가속 성능이 뛰어나고, 멋스러운 전용 리어 스포일러가 더해져 많은 사랑을 받은 모델이죠. 현재 순정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2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운전하는 맛이 좋다고 느껴져요. 날이 좋을 때마다 손발을 맞추며 드라이빙을 즐기고 있습니다.

최: 제 차는 당연히 티뷰론 스페셜이지요. 티뷰론 스페셜만 2대를 보유하고 있는데, 한 대는 순정, 한 대는 모터스포츠 경기에 참가하기 위한 튜닝카입니다. 티뷰론이 한국 모터스포츠를 평정한 모델인데, 저 역시도 지금까지 종종 서킷에서 타고 있습니다.

최신 스포츠 모델도 많은데, 티뷰론을 고집하는 이유는?

김: 물론 최근에 나오는 스포츠 모델의 성능과 비교하긴 어렵겠지요. 하지만 티뷰론을 타는 것 자체가 ‘나 어릴 적 꿈’을 이룬 것과 같아요. 여전히 매끄러운 엔진 회전 질감과 경쾌한 가속 성능, 날이 서 있는 움직임, 그리고 가끔씩 받게 되는 주위 사람들의 시선까지… 티뷰론만의 감성이 살아있다고 할까요? 여기에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멋져 보이는 디자인 때문에 다른 차에 한눈팔 일이 딱히 없네요.

최: 당연히 최근 출시된 스포츠 모델에도 눈길이 갈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도로 위에 보이는 티뷰론이 많지 않다는 점은 오히려 ‘티뷰론 타기 정말 잘했다’는 생각을 들게 해요. 외국에서는 오래된 클래식카를 아주 잘 관리하여 멋지게 타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는데, 한국에서도 이런 문화가 서서히 생기고 있습니다. 제가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 사람 중 한 명인 것 같아 기분이 좋아요. 꾸준히 관리해서 대한민국 클래식 스포츠카의 기준이 되고 싶어요.

티뷰론의 가치를 높인 스페셜 에디션

티뷰론 컨버터블 (1997)

현대자동차 미국 법인과 현대자동차 북미 기술 센터에서 공동 개발한 티뷰론 컨버터블은 차 내 위치한 버튼을 누르는 것으로 지붕을 여닫을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1997년 1월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에 컨셉트카가 출품되어 당시 소비자들의 큰 기대를 불러모았으나, 아쉽게도 양산화까지 이어지진 않았습니다. 현재는 남양연구소 R&D 역사관에 보관되어 있습니다.

티뷰론 스페셜 (1997)

티뷰론 스페셜은 티뷰론 역사상 가장 중요하다고 평가받는 모델입니다. 현대자동차 창립 30주년을 기념하여 출시된 티뷰론 스페셜은 이태리 모모 (MOMO) 사에서 제작한 전용 알루미늄 휠과 상징적인 스트라이프가 특징이며, 실내에는 우드로 완성된 모모 사의 스티어링 휠 및 기어 노브가 적용되었습니다. 엔진에는 하이캠을 더해 최고출력이 4마력 더 향상되었으며(154마력), 225km/h의 최고속도에 0-100km/h 가속 시간은 7.3초로 당시 국산차 중 최고의 가속 성능을 구현하였습니다. 여기에 독일 삭스 (SACHS) 사의 쇽업쇼버를 적용한 서스펜션으로 고속주행 안정성과 핸들링 성능을 강화하였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큰 변화는 경량화입니다. 약 300개의 부품 변경 및 후드, 휀더, 도어, 테일 게이트 등을 알루미늄 소재로 제작한 결과, 차체 중량을 기존 티뷰론 대비 25kg 가벼워진 1,135kg으로 대폭 줄였습니다. 이 스페셜 모델은 500대만 한정 판매되었으며, 그 희소성 덕분에 최근 들어 소장 가치가 높은 국산차로 재평가받고 있습니다.

0/0

티뷰론 스페셜의 전신인 ‘티뷰론 알루미늄 바디’

차체 패널의 알루미늄 소재가 그대로 노출되어 미래적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쿠페 F2 (1998) / 쿠페 F2 에볼루션 (1999)

WRC에서 거둔 우수한 성적을 기념하여, 현대자동차 영국 법인에서는 현대 쿠페 (티뷰론의 유럽 판매명) F2라는 이름의 한정판 모델을 판매하였습니다. 프론트 범퍼에 립을 더하고, 메쉬 타입 프론트 그릴과 알루미늄 스포크타입 휠이 추가된 모델로 1,100대만 한정 판매되었습니다. F2를 구매한 고객 중 500명에게는 당시 현대 WRC팀의 드라이버였던 케니스 에릭슨 (Kenneth Eriksson)의 친필 싸인이 담긴 화보집과 알루미늄 열쇠고리 등이 제공되었습니다.

쿠페 F2는 한정판다운 높은 가격 (17,999파운드)에도 불구하고 영국 소비자들에게 높은 인기를 얻어, 후속작인 쿠페 F2 에볼루션이 출시되기 이릅니다. 새로운 디자인의 프론트 범퍼와 리어 스포일러, 154마력으로 향상된 엔진 성능, 신규 16인치 알루미늄 휠 및 고성능 브레이크 패드, 모델명이 각인된 도어스커프가 추가되었습니다. 이 모델 역시 큰 인기를 얻으며, 1,500대 모두 완판되었습니다.

컨셉카에서 디자인 영감을 얻어 탄생한, 상어를 뜻하는 이름이 어울렸던 본격 스포츠카 티뷰론. 차급을 넘어선 뛰어난 성능, 시대를 앞서 나간 우아한 디자인에 대한 호평을 받으며 전 세계 소비자들을 사로잡았습니다. 특히 스쿠프에서 단점으로 지적되었던 성능 한계를 극복하며 스포츠카의 정체성 논란을 불식시켰습니다.
다양한 스페셜 에디션을 출시하여 상품의 가치를 높여나갔으며, 세계 3대 모터스포츠 중 하나인 WRC에서의 활약을 통해 전 세계에 현대자동차 브랜드를 알리기까지 한 티뷰론. 현대자동차 ‘도전’의 상징이자, 지금까지도 많은 매니아들에게 사랑받는 국산 스포츠카의 아이콘으로써 티뷰론의 이름은 영원히 빛날 것입니다.

Before N에 대한 더 자세한 이야기

Before N - 스쿠프 #1

국산 스포츠카의 태동

Before N - 티뷰론 #1

근육질로 다듬어진 본격 스포츠카

Before N - 투스카니 #1

향상된 주행 감성의 구현

Before N - 제네시스 쿠페 #1

정통 후륜 구동으로의 도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