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ne3. Dreams : Dream

  • brilliant memories: dream

    다섯 대학의 학생들이 과거와 현재를 넘어 미래를 선사하다

바람 1985 - 송준봉 (서울대학교)

STORY

어릴 적, 아버지는 택시 운전을 하셨습니다. 제가 7살이 될 무렵 아버지는 포니2를 구입하셨고, 그 차가 제가 기억하는 첫 번째 자동차입니다. 아버지가 운행을 안 하시던 주말에는 아버지가 운전하는 포니2의 뒷자리에 앉아 자동차를 구경하곤 했습니다. 그 커다란 기계가 아버지의 능숙한 손놀림으로 움직이는 모습은 그 당시 저에겐 마치 마술과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보는 즐거움도 잠시뿐, 자동차 안에서 7살 아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그 중 가장 기억나는 놀이는 손잡이를 이용해 창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는 것이었습니다.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수동식 창문이 어린 저에게는 자동차 안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즐거운 놀이였습니다. 손잡이를 돌리면 창문이 조금씩 열리고, 그 틈을 통해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습니다. 그 순간만큼은 저에게 자동차는 목적지를 향하는 운송수단이기 전에 바람을 만드는 마술 같은 기계였습니다.

STATEMENT

송준봉 with teamVOID는 기계를 소재로 시스템 관점에서의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시스템은 특정한 규칙을 갖고 서로의 관계를 통해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데, 이러한 과정의 원인과 결과를 기계라는 매체를 통해 시각화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바람 1985>는 자동차와 불어오는 바람의 관계를 추억하며 재해석해 보는 작업입니다. 기계식 창문 손잡이를 동작시키면 창문 너머의 기계를 동작시키게 되고, 이 기계는 최종적으로 바람을 일으키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물리적인 두 기계 장치의 중간에는 서로를 연결해주는 가상의 기계 장치가 영상으로 존재합니다. 이 영상은 두 기계와 이질적인 모습을 하고 있지만 정확하게 맞물려 돌아감으로써 물리적 기계 장치가 갖고 있는 한계를 넘어 상상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이를 통해 관객은 하나의 단일 시스템으로 이루어진 본 작업과의 인터렉션을 통해 자동차 안에서 느꼈던 바람을 기억하고, 자동차를 운송수단이 아닌 바람을 만드는 기계로 상상할 수 있도록 합니다.

메모리 플레이어 - 김송의, 박상진, 하선경 (연세대학교)

STORY

어릴 적, 아버지의 차는 그랜저였습니다. 지금은 각자의 생활에 흩어져 살아 가족이 다 함께 모일 기회가 흔치 않지만, 어릴 적 가족들과 함께 그랜저를 타고 이곳저곳 누비며 행복해하던 기억이 자주 납니다. 항상 앞자리는 부모님께서, 뒷자리는 저와 누나가 차지했었습니다. 저는 달리는 차 안에서 도무지 가만히 앉아있을 수가 없어서 몸을 비비 꼬곤 했었습니다. 조금이라도 요란을 피우면 당장 불호령이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매일 앉던 뒷좌석에서 숨어 있던 팔걸이가 내려와 생긴 구멍을 발견했습니다. 작은 구멍 사이로 퀴퀴한 냄새와 함께 시원한 바람이 들어왔고, 문득 호기심이 발동했습니다. 그대로 쑥. 생각보다 간단하게 어둡고 좁은 트렁크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생각보다 무섭지도, 그리 비좁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편안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말썽을 피우지 않아도 충분히 재미있는 공간이었고, 무엇보다 제가 없어진 걸 모르는 가족들을 보며 키득대다가 갑자기 나타나 놀래키는 재미가 쏠쏠하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몸집이 점점 커지면서 그랜저의 트렁크는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는 곳이 되어갔습니다. 함께한 기억들이 추억이 되어갈 때쯤, 이제는 어떤 차를 보아도 트렁크에 가장 먼저 눈길이 갑니다. 특히 요즘, 성장통이 매섭다 싶은 ‘갓 어른’임을 실감할 땐 그 시절, 그랜저가 너무 그립습니다. 저의 빛나던 추억, 돌려받을 수 있을까요?

STATEMENT

<메모리 플레이어>는 그랜저와 놀았던(play) 주인공의 추억을 다시 연주(play)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play라는 단어의 '놀다, 연주하다'라는 의미를 이용하여 그랜저를 피아노로 형상화하였습니다. 그러나 연주(play)를 할 때, 소리가 아닌 빛이 발생하도록 제작하였습니다. 건반을 누르면, 소리 대신 새어 나오는 빛이 또 다른 공간을 만들어내고 이 빛의 공간은 추억 속의 트렁크를 따뜻한 빛으로 재현합니다. 연주를 통해 빛이 발생하는 것은 연주자의 주변에 또 다른 공간을 조성하고 발생하는 빛은 순수하고 호기심 넘쳤던 주인공에게 더없이 특별했었던 트렁크 안이라는 공간의 재현이자, 이제는 아이가 아닌 어른으로 작은 트렁크에서 넓은 세상으로 나가려는 주인공을 향한 응원을 의미합니다. 관람자는 이 작품을 감상하고 체험하며 player(노는 사람, 연주자)가 되어 주인공의 어렸을 적 추억을 공감하고 나눌 수 있을 것입니다.

말하는 대로 - 김태훈 (한양대학교)

STORY

2006년, 아버지는 큰 건물을 운영하는 대표이사를 맡게 되었습니다. 이전에 ‘테라칸’을 타시던 아버지는 대외적 이미지를 위해 ‘그랜저 TG’를 뽑으셨고, 우리 가족은 6명이었지만 아버지로써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6명이 타기엔 다소 불편해도 저는 행복했습니다. 대형세단을 타 보는 것도 아버지의 출세가 피부로 와 닿는 것만 같아 든든했었고, 미대 입시 중 매일 밤 아버지의 TG와 함께 집에 돌아올 땐 잔잔한 라디오 소리와 함께 야경을 보며 미래를 꿈꾸고 상상에 잠기곤 했었습니다. 1년간의 아버지와 TG의 헌신 덕에 대학 입시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고, 2008년 제 꿈에 첫발을 내디뎠지만, 아버지의 꿈은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습니다. 배신은 아버지를 몇 년 동안 괴롭혔습니다. TG도 기름값 절약을 위해 주일을 제외하고 아버지처럼 일주일에 6일을 집에서 쉬어야 했습니다. 아버지의 눈물, 분노, 좌절. 하지만 아버지는 쓰러지지 않으셨습니다. 다시 일어서기 위해 아버지는 끊임없이 노력하셨고 저는 옆에서 모든 걸 지켜보았습니다. 그 과정이 햇수로 6년. 이제 아버지는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계십니다. 작은 사무실에서 시작되는 인생의 두 번째 걸음마. 어느덧 TG의 키로 수는 20만을 넘겼습니다. 아버지는 재기에 성공했지만 TG는 어느새 은퇴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STATEMENT

<말하는 대로>는 미대 입시를 위해 당시 귀갓길을 매일같이 함께했던 그랜저 TG와의 추억에서 시작했습니다. 아버지의 차 안에서 들었던 라디오 소리와 창밖으로 펼쳐진 야경의 불빛 속에서 미래를 꿈꾸었던 기억의 연장선으로 ‘추억’과 ‘꿈’이라는 감성을 매개체로 작품을 감상하는 관람객들과 소통을 합니다. 라디오 DJ로 재탄생한 ‘TG 알파(마이크)’와 ‘TG 오메가(스피커)’는 밝은 미래를 상징하는 조명 빛과 함께 관람객들의 꿈과 바람을 녹음하며, 다음 사람이 녹음하기 위해서는 이전 사람의 사연을 들어야 합니다. 이 사연들이 릴레이로 전개됨으로써 말하는 대로 이뤄지리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공유하고 자동차와 함께 더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리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크기 - 김주곤, 정영섭, 신성한 (성균관대학교)

STORY

어린 시절, 아버지는 거대한 존재입니다. 무엇을 물어도 대답해주고 어떤 일이 있어도 해결해내며 작은 손을 내밀면 500원을 쥐여 줄 수 있을 만큼 돈도 많습니다. 트럭 또한 굉장히 크고 멋진 차량입니다. 아주 높은 좌석과 다른 차에는 실을 수 없는 짐도 거뜬히 들고 다니고 엔진 소리도 우렁찹니다. 화물칸에 탔을 때의 해방감은 트럭에서만 맛볼 수 있습니다. 스토리의 주인공은 무대를 만들던 아버지와 그 자재를 옮기던 포터를 동경했습니다. 아버지와 포터는 서로가 서로를 상징하고 종종 동일시되며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슈퍼맨과 슈퍼카처럼 보였지만 시간이 갈수록 단지 한 가정의 가장과 화물용 차량이었음을 알게 됩니다.

STATEMENT

<아버지의 크기>는 어릴 적 태산처럼 거대했던 아버지를 다시 만나보고자 하는 작품입니다. 무대를 만드시던 아버지의 직업에 따라, 포터를 위한 무대처럼 꾸며졌습니다. 계단은 성장을 상징합니다. 계단 아래에서는 자신보다 훨씬 높은 눈높이에 있는 포터와 그 안의 아버지의 어렴풋한 실루엣, 어릴 때의 생각을 표현한 텍스트를 볼 수 있습니다. 자신이 성장함에 따라 보이는 아버지의 크기와 부자의 심정이 계단을 올라가며 서 있는 장소에 따라서 다르게 보이도록 설치하여 자신이 느꼈던 아버지를 되돌아보게 합니다. 차량의 내부는 아버지만의 정적인 공간입니다. 아들이 성장함에 따라 어떻게 생각이 변해간다 해도 아버지는 항상 아버지 그대로였고 단지 좀 더 깊이 볼 수 있게 되었을 뿐입니다. <아버지의 크기>는 정적인 아버지의 공간 앞에서 성장에 따라 변해가는 자식의 과거와 현재를 보여주고 미래를 상상하게 만듭니다.

터치 스틱 - 김소연, 김소정, 박경민, 이강우 (홍익대학교 외)

STORY

저희는 두 명의 남자를 인터뷰했습니다. 두 사람의 나이는 7살 차이가 나고, 한 사람은 학생, 한 사람은 10년 차 직장인입니다. 두 사람의 공통적인 자동차에 대한 추억에는 ‘스틱’이 있었습니다. 앞 좌석에서 아버지나 삼촌과 함께 타면 한 번쯤 기어를 넣어 보게 해준 경험! 어른이 된 듯한 느낌, 남자가 된듯한 느낌이 들었다고 합니다. 요즘엔 수동 스틱 운전을 하는 사람이 드물기 때문에 스틱을 떠올리면 아날로그 그리고 과거가 떠오릅니다. 다시 돌아올 것 같지 않은, 손에 잡히지 않는 꿈 같던 추억이 희뿌연 영상으로 흘러갑니다. 저희가 기획한 전시의 의도는 스틱이 있는 좌석에 앉아 기어를 넣으면 추억으로의 시간 여행을 하는 것입니다. 성장, 1993년 여름, 청춘, 이별 여행의 4가지 영상을 통해 다른 이들의 추억에 공감하거나 색다른 추억을 경험할 수 있으실 것입니다.

STATEMENT

자동차에서의 추억은 하나로 존재할 수 없습니다. 자동차에서 사람들의 추억은 서로 닮아있으면서도 다릅니다. 누군가에게는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지만, 어떤 추억들은 낯설게 느껴집니다. <터치 스틱>은 하나의 추억에 집중하여 소수의 사람들을 공감시키기보다 여러 가지 추억들을 통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을 확장시키려 했습니다. 인간의 기억은 크게 단기기억과 장기기억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단기기억을 반복하여 학습하면, 혹은 당시의 강력한 정서, 각성의 영향으로 공고화(Consolidation)가 이루어져 장기 기억에 남게 되는 것입니다. 장기 기억에 저장된 기억들은 외부 자극에 의해 재인(Recognition) 혹은 회상(Recall)이 됩니다. <터치 스틱>의 4가지 영상들은 외부 자극이라 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관람객들의 자동차에 대한 개인들의 기억이 재인되거나 회상될 수 있는 것입니다. 본 작품을 통해 단순히 공감을 일으키기보다 개인들이 지니고 있는 추억을 꺼내볼 수 있도록,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개인들의 기억이 더욱 강화될 수 있도록 의도한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