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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 나무가 있고 파인애플이 가득한 들판의 풍경입니다. 음화 이미지입니다.
예술

MMCA 현대차 시리즈 2023:
정연두 – 백년 여행기
백년에 한번 피는 꽃과 사람의 백년 여행기

5 분간 읽기

멕시코에서 쿠루시오 난류를 타고 제주도에 뿌리내렸다고 하는
백 년에 한번 꽃 피우는, 이 신화적인 식물의 여행은 어떠했을까요?
1905년 뱃고동 소리를 들으며 제물포를 떠나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곳에서
낯선 공기, 언어, 얼굴들을 마주했던 사람들의 여행을 상상해 보세요.

MMCA 현대차 시리즈

《MMCA 현대차 시리즈 2023: 정연두 – 백년 여행기》 전시전이 9월 6일(수) 부터 국립현대미술관(MMCA) 서울(서울 종로구 소재)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올해 10회차를 맞이하는 《MMCA 현대차 시리즈》는 현대차가 후원하고 국립현대미술관(MMCA)이 주최하는 연례행사로, 2014년부터 현대차는 매년 한국 중진 작가의 대규모 전시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하얀 바탕의 전시 공간에 정연두의 2023년작 <백년 여행기>가 재생되고 있는 큰 스크린 한 개와 작은 스크린 세 개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정연두, <백년 여행기>, 2023, 비디오 설치, 4채널 HD 디지털 비디오,
컬러, 사운드, 혼합매체, 48분, 가변크기.
전시 전경. 작가 소장. 사진: 소농지.

아티스트 정연두가 오프닝 디스플레이 앞에 서 있습니다. 어두운 머리칼을 가진 그는 다채로운 플라워 모티브로 장식된 네이비 블루 컬러의 셔츠와 퍼플 컬러의 팬츠 착용하고 있습니다. 그의 뒤에는 《MMCA 현대차 시리즈 2023: 정연두 – 백년 여행기》라고 쓰여 있는 보드가 있습니다.

정연두 작가. 사진: 소농지.

정연두

정연두(b.1969)의 작업은 연출 사진과 영상, 공연과 설치 등의 복합 매체를 넘나드는 연극성과 미장센을 특징으로 합니다.
전쟁, 재난, 이주 등과 같은 거시적 내러티브를 개인 서사와 신화를 통해 재구성하면서, 드러나지 않았던 다층적인 목소리에 주목하고 현실을 새롭게 바라보는 역설의 태도를 드러내고자 합니다.

멕시코에 꽃 핀 한국 디아스포라

이번 전시는 1998년부터 현재까지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나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현실과 허구, 실재와 환영, 개인과 사회, 기억과 재현의 미묘한 관계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작업을 지속해오고 있는 작가의 대규모 개인전입니다.

정연두 작가는 《MMCA 현대차 시리즈 2023: 정연두 – 백년 여행기》 에서 20세기 초 멕시코 유카탄 반도로 이주 노동을 간 한인들과 그 후손의 서사를 포착하여 <백년 여행기>, <상상곡>, <세대 초상>, <날의 벽> 네 점의 신작 및 <백년 여행기-프롤로그>(2022) 한 점 등, 총 다섯 점을 선보입니다.

설탕으로 제작된 다양한 패턴의 <날의 벽>을 클로즈업한 이미지입니다.

정연두, <날의 벽>(일부), 2023, 설탕, 허니콤 보드, 흡음재, 가변설치. 전시 전경. 작가 소장. 사진: 소농지.

정연두의 <날의 벽>은 연갈색의 벽돌로 쌓은 세 개의 커다란 벽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가장 먼 곳에 배치되어 있는 벽은 다양한 패턴으로 장식되어 있습니다.

정연두, <날의 벽>, 2023, 설탕, 허니콤 보드, 흡음재, 가변설치.
전시 전경. 작가 소장. 사진: 소농지.

이주와 디아스포라, 노동과 역사를 얘기한다는 것은 어려운 지점들이 참 많은 것 같아요. 저는 이걸 어렵게 다루고 싶지는 않았고요. – 작가 인터뷰 중 발췌

백년 여행기


전시 제목의 “백년 여행기”는 사람과 식물의 “이식”을 의미하는 데요, 100여년 전 제물포 항을 떠나 40여 일의 항해 끝에 멕시코 메리다에 도착한 한국인 이주자들과 200여년 전 멕시코에서 쿠로시오 난류를 타고 밀려와 머나먼, 낯선 제주도에 뿌리 내렸다는 백년초가 그 주인공 입니다. 이 백년초는 백 년에 한 번 꽃이 핀다고 하여 그 이름이 “백년초”로 불리기도 하지요.

정연두의 <백년 여행기> 영상에서 발췌한 세 개의 이미지입니다.

정연두, <백년 여행기>, 2023, 비디오 설치, 4채널 HD 디지털 비디오, 컬러, 사운드, 혼합매체, 48분, 가변크기. 영상 스틸. 작가 소장. 사진: 소농지.

식물의 이주 설화로부터 시작하여, 작가는 한국 디아스포라 내러티브를 사운드, 공연, 설탕 뽑기와 같은 유희로, 친숙하고 실험적인 방법으로 표현합니다. 그리고 이는 디아스포라, 제국주의, 식민주의, 노동과 역사에 대한 주제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날의 벽>을 위해 설탕으로 조각을 만드는 과정입니다.

<날의 벽> 제작과정, 2023. 작가 소장.

경계를 가로지르는 끝 없는 여정

국제결혼, 이주노동, 학업, 난민 등의 사유로 국가의 경계를 가로지는 일이 빈번해졌습니다. 디아스포라는 더 이상 특정한 조건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보편적이고 일상적인 경험이 되었습니다.

작가는 인터뷰에서 “‘우리가 무언가를 이해한다.’와 ‘무언가를 상상해보라.’ 라고 하는 것은 조금 다른 입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정연두는 이국적인 식물 이파리와 붉은색 열매 형상의 흡음제, 설탕 뽑기로 만든 마체테 오브제로 전시장을 구성하고 낯설고 이국적인 풍경으로 전환하여, 관람객들을 100여년 전 사람들의 이야기로 초대합니다. 이를 통해 관람객들에게 백년 전 사람들의 이야기를 상상케 하고, 끝내 그들의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을지를 질문하고 있습니다.

정연두의 <상상곡>을 구성하는 다양한 오브제가 천장에 매달려 있는 전시 홀입니다.

정연두, <상상곡>, 2023, 사운드 설치, 초지향성
스피커, 서브 우퍼, 앰프, 오디오 인터페이스,
흡음재 조형물, 와이어, 가변설치.
전시 전경. 작가 소장. 사진: 소농지.

회색 벽으로 둘러싸인 전시 공간의 중앙에 하얀 테이블에 앉아 얼굴이 보이지 않는 고객의 네일을 손질하는 여성의 이미지가 있습니다. 정연두의 <세대 초상> 영상에서 발췌한 이미지입니다.

정연두, <세대 초상>, 2023, 2채널 HD 비디오, LED 스크린, 컬러, 22분, 500 x 350 cm (2).
영상 스틸. 작가 소장.

당신은 이들의 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나요? 이번 연말에는 가족, 연인과 함께 백년의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떠실까요?

《MMCA 현대차 시리즈 2023: 정연두 – 백년 여행기》는 다가오는 2024년 2월 25일(일)까지 계속되며, 링크에서 티저 영상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또한, 인스타그램에서 @hyundai.artlab을 팔로우 하고 더 많은 아트 프로젝트를 확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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