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해를 다이빙하는 데이비드 드 로스차일드
이름 없는 숲

데이비드 드 로스차일드의
‘파도 아래의 숲’

우리는 대부분 숲에 대해서 충분히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무와 수관, 뿌리, 그리고 오랜 세월 동안 불려온 이름들 말입니다. 그러나 바다 표면 아래에는 표지판도, 이름도 없고, 불과 얼마 전까지는 우리의 집단적 인지 속에 존재하지 않았던 또 다른 숲들이 있습니다. 저는 오래전 태평양 한가운데, 육지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서 이 바다숲을 마주했고, 그 경험은 제가 바다를 바라보는 방식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습니다.
2026년, 현대자동차는 그동안 이 특별하고 소중한 수중 생태계가 갖추지 못했던 대중적 관심과 인지도를 강화하기 위해 ‘이름 없는 숲(Forests Without Names)’ 이니셔티브를 통해 인식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플라스티키(Plastiki) 갑판에 앉아 바다를 배경으로 미소 짓고 있는 데이비드 드 로스차일드
밝은 하늘 아래 드넓은 바다 위에 떠 있는 플라스티키 호

바다가 전혀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 순간

저는 재활용 플라스틱 병으로 만든 배, 플라스티키를 타고 샌프란시스코에서 시드니까지 태평양을 건넜습니다. 몇 달간의 항해는 바다를 바라보는 시각 자체를 바꾸어 놓습니다. 육지에서 바라볼 때 바다는 종종 텅 빈 공간처럼 느껴지지만, 그 위에서 매일을 살아가다 보면 그 착각은 사라집니다. 바다 아래에서 끊임없이 움직이고, 구조를 이루며, 생명이 존재하고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어느 날 밤, 완벽한 어둠 속에서 빨간 불빛과 초록 불빛이 보였습니다. 항해등이었습니다. 두 불빛이 모두 보인다는 것은 배가 우리를 향해 오고 있다는 뜻이었습니다. 한 시간 넘게 교신을 시도했지만, 결국 거대한 컨테이너선이 불과 몇 미터 옆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절벽처럼 솟아오른 선체 옆면에는 잊을 수 없는 이름이 적혀 있었습니다.
‘Forest Harmony(숲의 조화)’.

그 장면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습니다. 육지의 숲과는 달리 정작 파도 아래 실재하는 숲들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은 굉장한 아이러니였습니다.

이름이 없고, 위치를 특정할 수 없는 존재는 보호의 체계 안으로 들어오기 어렵기 때문일 것입니다. 현대자동차의 ‘이름 없는 숲(Forests Without Names)’ 캠페인 바로 이 지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곳곳의 해양 숲을 식별하고 이름을 부여하는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이 귀중한 생태계가 사람들의 관심뿐 아니라 연구와 관리, 보호의 구조 안으로 가져오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바다 깊은 곳에서 물고기와 해조류가 보이는 장면

파도 아래 또 하나의 세계

이 수중 생태계에 대한 제 관심은 캘리포니아 해안을 따라 여러 해를 보낸 후 더욱 깊어졌습니다. 바다숲으로 다이빙하는 순간은 마치 또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느낌입니다. 거대한 해조류가 수중의 삼나무처럼 솟아 있고, 빛은 수관 사이로 부드럽게 스며듭니다. 물고기와 물개, 바다사자들이 혼란스럽지 않게, 리듬을 타듯 그 사이를 오갑니다. 그 안에 있으면, 자신이 거대하고 오래된 살아 있는 시스템의 일부라는 감각이 듭니다.

수면 위 햇살이 바다 아래 해조류를 비추는 장면

몬터레이 베이 인근에서 연구용 잠수정을 타고 더 깊은 곳을 탐사했을 때, 육지의 어떤 풍경에도 뒤지지 않는 숲과 계곡, 복합적인 시스템을 볼 수 있었습니다. 바다숲은 지구상에서 가장 생산적인 생태계 중 하나로, 블루카본 시스템의 일부로서 탄소 흡수와 해양 생물의 서식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그 대부분은 여전히 이름도, 지도도, 보호 체계도 충분히 갖추지 못한 상태입니다.

고유한 개별의 숲들이 이름을 갖게 되면, 찾아가고 확인할 수 있는 ‘장소’가 됩니다. 비로소 공유되고, 연구되며, 장기적인 보전의 대상이 됩니다. 현대자동차는 ‘이름 없는 숲’ 캠페인을 통해 이러한 기반이 마련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호주 시드니 지역 주민들이 포스트잇으로 바다숲의 이름을 제안하는 모습

이 캠페인에서 제게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규모나 연출이 아니라, 의도였습니다. 바다숲에 아주 단순하지만 본질적인 한 가지를 더하겠다는 선택, 바로 '정체성'이었습니다.

이름은 단순한 표식이 아닙니다. 그것은 기억과 언어, 그리고 책임 속에 한 장소를 고정시키는 행위입니다. 이름 붙여진 존재는 외면하기 어려워지고, 보호하기 쉬워집니다. 현대자동차는 해양과학자, 지역 커뮤니티, 환경 단체와 협력하여 한국, 아르헨티나, 호주에서 바다숲을 발굴하고 이름을 부여하는 과정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이 숲들은 더 이상 추상적인 생태계가 아니라, 연구되고 복원될 수 있는 실제 ‘장소’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아르헨티나 해역에서 활동 중인 현지 해양 커뮤니티 구성원들

관찰에서 행동으로

대한민국 남동부 해안의 울산에서는 바다숲이 이름을 얻고, 이는 장기적인 해양생태계 관점에서 복원 활동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화, 재생, 순환을 아우르는 접근을 통해 해양 환경을 다루고자 하는 시도입니다. 현대자동차는 2023년부터 해양수산부와 협력해 바다숲 조성 및 복원 활동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이는 그저 보이지 않는 바다숲을 관찰하는 단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자연을 이해하고 인간의 세계에 기록하는 방향으로의 조용하지만 묵직한 전환입니다.

바다숲 조성 작업을 위해 수면 위 세팅 되어있는 해조류
울산 주전동 바다숲(울림 바다숲) 조성을 위해 해조류를 정리하는 현장 작업자

이 숲들은 연간 약 1,300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복원은 단순히 생체량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해양 생물을 지탱하는 생태적 연결망을 회복하는 데 초점을 두고 설계되었습니다. 제가 함께하고 있는 (Voice for Nature 재단에서는 종종 ‘우리 자신을 다시 야생화(rewilding)’한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우리가 자연과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 자연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기억하는 일입니다. 이러한 노력들은 그 방향을 향한 하나의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보이지 않던 것을 보이게 하다

육지에서 몇 주 떨어진 어느 저녁, 해가 지는 무렵 배 난간에 몸을 기대자 바닷물이 빛나기 시작했습니다. 움직임에 반응해 번쩍이던 생물발광의 빛. 바다는 제게 오랜 시간 동안 그렇게, 조각조각 자신을 드러내 왔습니다. 우리가 보지 못했던 세계가 얼마나 많은지를 상기시키면서 말입니다.

바다숲과 해양생태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생명을 지탱하고, 우리가 매일 의존하는 지구의 시스템을 구성하지만 쉽게 보이지 않는 존재들입니다. 이 숲들은 새로 정의될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저 ‘보여질’ 필요가 있었을 뿐입니다.

해조류로 물빛이 초록으로 물든 바다 위에 떠 있는 작은 배의 항공 뷰
수중에서 다이빙 중인 데이비드 드 로스차일드 흑백 사진

현대자동차는 이러한 활동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도록, 바다숲을 이해하고 보호하며 장기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프레임워크를 구축하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의미 있는 변화는 어쩌면 더 많은 무언가를 ‘하는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간과해온 것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는데서 시작되는지도 모릅니다. 이름을 얻고, 위치가 기록된 생태계는 더 이상 쉽게 외면될 수 없습니다.

*데이비드 드 로스차일드는 환경운동가이자 탐험가, 영화 제작자이며, Voice for Nature 재단의 설립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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